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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 집게 / 박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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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기영 댓글 0건 조회 15,289회 작성일 15-06-24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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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도 때로는 새가 아니면서 새처럼 날아가려 한다. 젊은 날도 그렇지만 나이 든 지금에도 역시 마찬가지다. 꿈과 비전과는 다른 허황된 야망이 마음에서 새처럼 퍼득일 때마다 마음의 빨래집게가 있어 꼭 집어줘 마음의 균형추를 잡는지도 모른다. 마음의 빨래집게는 무엇일까.

 

 

 

양심일까, 종교심일까, 도덕일까, 윤리일까. 빨랫줄에 걸린 갓 세탁한 하얀 빨래가 바람에 날릴 적에 빨래집게는 매우 냉정하게 바둥거리는 빨래를 꼭 집고는 놓지 않는다. 새가 아닌 것이 새처럼 날려는 빨래를 바람에서 붙드는 집게가 아니면 순간 낭패를 본다.

 

 

 

세상에는 다양한 빨래집게가 있다. 아버지라는 빨래집게, 엄마라는 빨래집게, 선생이라는 빨래집게 아, 이런 빨래집게가 있어, 하늘과 땅의 경계도 안정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리다. 빨랫줄에 걸려 있는 각색의 빨래집게.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고 덩그렇게 걸려 있는 빨래집게는 빨래집게가 아니다. 빨래집게는 꼭 집고 있을 때에 빨래집게가 된다.

 

 

 

요즘은 저 빨래집게처럼 과거형인지도 모른다. 땅과 바다의 경계, 남자와 여자의 경계, 너와 나의 경계... 그러나 우리 시대는 탈경계, 퓨전 시대다. 그만큼 열린 세상이다. 이럴 때 다시 현재형의 빨래집게를 생각해 본다. 바람에 날려가는 우리 시대의 무법한 빨랫감을 꼭 집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빨래집게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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