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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철이의 바다 - 조영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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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기영 댓글 0건 조회 14,474회 작성일 15-05-1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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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의 바다

        - 조영래



부모는 해초를 말렸지만
늘 피가 마르고 돈이 말랐다
그래도 아무런 말씀이 없었다
소년은 미역 마르는 철에
부쩍 철이 들었다

 


‘부모가 되어 봐야 부모 마음을 안다’고 했던가. 서민들의 나날살이에는 늘 돈이 마르면 피가 마르는 법이다. 부모님의 그 애타는 심정을 겨우 조금이라도 헤아리기 위해선 ‘소년’들이 ‘부모’가 되기까지 수십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저 ‘아비’는 마주 앉은 ‘소년’이 마냥 대견하기만 할까? 남들처럼 학원이라도 한 군데 더 보내지 못하는 마음이 오히려 저 미역처럼 꾸덕꾸덕 쪼그라들고 있진 않을까?

요즘 들어 환한 햇살이 부끄러워지는 날들이 잦다. 이 자본의 시·공간들이 몹쓸 것임을 잘 알면서도 어쩌자고 자꾸 자본주의의 폐인으로 메말라가고 마는지. 자본주의의 폐인임을 거부하는 생활태도에 대해 ‘자식을 생각지 않는 철 안 든 부모’라는 주변의 걱정에 당당하지 못한 까닭이리라. ‘철이 든다는 것’, 그것은 어쩌면 자본주의를 알아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차민기 - 창신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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