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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발자국 - 김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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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기영 댓글 0건 조회 16,122회 작성일 15-05-20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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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들은 각기 존재의 방식이 있다. 저 바다는 노을과 모래와 파도를 품어줌으로써, 파도는 끊임없이 움직임으로써, 모래는 파도와 바람이 만든 무늬로 제각각 존재의 지문을 남긴다. 저 도요새는 작디작은 발로 모래 위에 지문을 새긴다. 함께 어우러져 있으나 서로 얽히지 않고 서로 뜨겁거나 들뜨거나 번화하지 않다. ‘무심의 경전’들이다. 살아있는 것이나 그렇지 않은 것이나 거부감 없이, 스스럼없이 하나로 얽혀서도 저렇듯 평화롭다.
‘존재가 물컹물컹’하기 때문이다. 내 것을 취하는 중이나 과하지 않은 조화로움 때문이다. 저 도요새는 우리 사회의 굳어버린 가슴처럼 단단해졌거나 험악해졌거나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흔적을 남긴다’는 정설의 진정한 힘이다. 물컹한 힘이다.

 

- 최광임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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