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오장환 디카시 신인문학상 작품상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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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32회 작성일 25-07-11 12:11본문
2025 제6회 오장환 디카시 신인문학상
본심 심사표
당선작 제목 | 응모 날짜 | 첫 행 |
연緣 | 2025/6/25 | 놓아줄 것처럼 풀다가 |
<심사평>
우리는 사회적·문명적 특이점(Singularity)으로 진입 중이거나 일부 이미 통과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생성형 AI의 출현 이후 인류의 존재 방식과 가치 체계는 이미 변형되고 있으며, 이 흐름은 되돌릴 수 없는 비가역적 변화를 보여준다. 이토록 급변하는 시대에, 예술과 문학은 어떻게 지속될 수 있을까? 다행히도 기술은 문학과 예술을 ‘위협’하기보다는, 그 경계를 넓히고 진화를 촉발해왔다. 디카시도 그 결과 중 하나다.
문자만으로 쓰던 종래의 시와는 다르게, 디카시는 영상기호와 문자기호가 결합된 멀티 언어 예술이다. 이 디지털 시대에 최적화된 문학 장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두 매체(사진기호와 문자기호)는 단순히 보조하거나 설명하는 수준을 넘어 화학적 결합을 통해 상호 상승하는 효과를 낳는다. 즉 의미를 서로 강화하고 확장하는 독특한 상호텍스트적 구조를 형성한다. 영상이 문자의 의미를 확장하거나 반전시키고 문자가 영상의 의미를 구체화하거나 재해석하도록 돕는 관계인 것이다. 두 기호가 함께 있을 때 미학적 효과를 증폭시킴으로써, 개별적으로는 도달하지 못할 감각과 사유의 깊이에 이르는 작품성 있는 디카시가 탄생되는 것이다.
해마다 뜨거워지는 디카시에 대한 열기 속, 총 1,423 편의 응모작 가운데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38편이었다. 내려놓기 아쉬운 작품들이 여러 편 있었다. 사진과 제목과 문자 사이에 적당한 거리와 충돌이 있을 때 의미의 잉여가 발생한다는 점도 염두에 두면 좋겠다. 선정작 「연(緣)」은 사진기호와 문자기호가 어우러져 시너지를 창출하는 디카시의 미학을 잘 보여준다. 푸른 하늘 위에 흩어졌다가 다시 뭉치는 듯한 새떼의 군무는 제목 ‘연(緣)’이 가진 다의적 의미를 시각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이러한 이미지와 결합한 짧은 시구들은 관계의 본질을 절묘하게 포착한다. “놓아줄 것처럼 풀다가 / 다시 감아 가둔다”는 구절은 관계의 이완과 긴장을 교차시키며 부모와 자식 간 유대의 역동성을 드러낸다. 마치 연줄을 풀었다 감았다 하는 손길처럼, 부모는 자식을 놓아주려 하지만 끝내 놓지 못한다. 이러한 관계의 굴레가 “엄마가 나를, 내가 딸을”이라는 구절로 이어지며 세대를 관통하는 인연의 연속성을 부각시킨다. 특히 “엉키는 법 없는 연으로”라는 마무리 시구는 관계의 복잡성 속에서도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유대를 암시한다. 이 구절은 얽힘이나 억압이 아닌, 서로를 이어주는 한 줄기 연줄의 상징으로 작용하며 관계의 긍정적 측면을 부각시킨다. 사진 속 새떼는 자유롭게 흩어지지만 질서 있는 군무 속에서 서로의 존재에 기대어 있는 듯하다. 이는 시의 내용과 맞물려 개인과 가족(공동체), 자유와 속박, 독립과 귀속 사이의 미묘한 긴장과 조화를 시각적으로도 표현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이 디카시는 짧은 시어로 관계의 본질을 통찰하며, 문자기호와 영상기호의 결합을 통해 서정성과 철학적 깊이를 함께 획득한다. 디카시가 지닌 복합미디어적 속성과 작품성이 잘 드러난 수작이라 할 수 있다. 당선자의 다른 응모작들도 고르게 수준이 높아 더 믿음이 간다. 기대할 만한 신인을 추천할 수 있어 무더위도 견딜 만했다.
심사위원 약력 : 예심심사: 이기영시인, 이운진시인
본심심사: 박우담시인, 정채원시인
약력 : -이기영시인
2013년 《열린시학》으로 등단.
시집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나는 어제처럼 말하고 너는 내일처럼 묻지』
디카시집 『인생』, 『전화 해, 기다릴게』
김달진창원문학상, 이병주경남문인상 수상
백세시대, 뉴스경남에 디카시 연재
* 이운진 시인
1971년 경남 거창에서 출생했다.
1995년 『시문학』으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저녁 잎사귀처럼 알게 될 때』, 『톨스토이역에 내리는 단 한 사람이 되어』, 『타로카드를 그리는 밤』, 『2월의 눈은 따뜻하다』를 비롯해 청소년 시집 『셀카와 자화상』, 디카시집 『당신은 어떻게 사랑을 떠날 것인가』를 펴냈다.
산문집으로는 『여기, 카미유 클로델』, 『시인을 만나다』, 『고흐씨, 시 읽어 줄까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질 너에게』가 있다.
수상 : 2016년 사계절출판사 청소년교양도서 원고공모전 우수상
2019년 제5회 디카시 작품상
본선심사 : 박우담시인, 정채원시인
-박우담(시인)
2004년 격월간《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등단
시집 『구름트렁크』 『시간의 노숙자』 『설탕의 아이들』
『계절의 문양』 『초원의 별』
*계간《시와 환상》주간 역임,
*반년간《한국디카시학》주간 역임,
*계간《시와 편견》주간(현)
*경남디카시인협회 회장
*이형기시인기념사업회 회장
-정채원(시인) 1996년 월간 『문학사상』으로 등단.
작품집으로 『슬픈 갈릴레이의 마을』『제 눈으로 제 등을 볼 순 없지만』『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 디카시집 『열대야』등이 있음.
편운문학상, 제1회 세계디카시인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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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제6회 오장환 디카시신인문학상1.hwp (68.5K) 26회 다운로드 | DATE : 2025-07-11 12: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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