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소감> 최우수상 수상자-김경식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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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차민기 댓글 0건 조회 74,173회 작성일 12-06-08 22:42본문
<김경식>
1957년 경북 포항에서 태어나 경남대학교 무역학과와 같은 대학 경영대학원(경제학석사)을 졸업했다. 경남대학교 기획예산실장, 총무처장을 거쳐 지금은 중앙도서관 부관장으로 재직 중이다.
<당선소감>
<공룡을 따라 나선 내 시에게 경고함>
-김경식(경남대 중앙도서관 부관장)
아침부터 자꾸만 죄 없는 휴대폰을 흘겨본다. 앞이 심하게 파인 빨간 고무 옷을 입은 내 폰이 오늘따라 내숭을 떠는지 얌전하기만 하다. 말로는 마음을 비웠다고 했지만 그건 가족들의 실망과 헛헛함을 달래기 위한 보험이었고 실제로는 책상머리에 ‘열망이 시인을 만든다’는 쪽지를 붙여놓고 일주일 내내 수십 번도 더 주문처럼 되뇌고 있었다. 퇴근 무렵에 온 전화 한 통, 마침내 그 열망이 이루어졌으나 머릿속에는 자꾸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그 말을 전해 줘야 할 것이란 생각이 돌아다닌다.
평소 직장에서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터라 사진 찍기와 메모하기는 오랜 습관으로 굳어져 있었는데 지난 해 30년 근속을 지나면서 아름다운 은퇴를 위해 경쟁의 총을 놓고 화해의 펜을 다시 들어야 할 때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기획안이나 보고서가 아닌 오래도록 살아 숨 쉬는 글을 남기고 싶어서 틈틈이 시창작법과 아름다운 우리말에 대한 자료를 찾아 읽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너무 예쁜 우리말을 만나면 몇 줄의 종자를 받아 나만의 묵정밭에 조심스레 묻어두곤 하였는데 이번 고성공룡세계엑스포를 통해 알게 된 디카詩는 축복처럼 나에게 다가온 한 줄기 빛이 되었다.
거친 밭 아래 숨죽이고 있던 내 시가 첫 나들이에서 과분한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그 서툰 시를 위해 경고한다. 각오하라, 시는 아무나 함부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고래古來로 수많은 시인들이 목숨을 걸고 지켜낸 것이니 시를 위하여 모든 것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그 밭의 굽바자를 넘지 말라고 말이다.
미흡한 작품을 좋게 평가해 주신 심사위원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리며 앞으로 더 큰 채찍과 날 선 비평으로 내 시가 외롭지 않은 사춘기를 지날 수 있도록 붙들어 주실 것으로 믿는다. 오뉴월 땡볕을 마다않고 세 번씩이나 행사장에 따라 나서 준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며, 수억 년 시간 그림자를 건너 왔다가 다시 수억 년의 빛살을 지나가야 할 초식공룡의 따뜻한 발이 행사장을 다녀간 모든 사람들의 가슴속에 깊은 자국으로 남아 서로 사랑하면서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는 이웃이 되기를 기원한다.
장마가 끝나면 당항포 바닷가를 한 번 더 다녀가야겠다. 73일 동안 행사장 곳곳에서 철부지들의 응석을 받아내며 소가야의 미소를 잃지 않으셨던 분들을 다시 만나 따뜻하게 손이라도 한 번 더 잡아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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