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오장환 디카시신인문학상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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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상옥 댓글 0건 조회 88,631회 작성일 18-09-20 16:56본문
제1회 오장환 디카시신인문학상 당선작
수상작 : 망부석(강영식)
다시 천 년을 기다리면
당신 오실지 몰라
다시 천 년을 기도하면
번쩍 눈이 떠질지 몰라
<심사평>
왜 디카시인가를 입증
디카시는, 왜 디카시인가를 입증해야 한다. 문자시처럼 언술한다면 굳이 디카시를 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응모작 총 664편 중 본심에 오른 작품은 30편이었다. 이연우, 강영식, 신혜진의 작품이 각각 3편씩 올랐고, 오명헌, 최미선, 이승재, 장정래의 작품이 각각 2편씩 올랐다. 본심에 오른 작품 중에서 이승재의 <퇴근>, 정원철의 <질주>, 강영식의 <망부석>으로 모아졌다. 이승재의 <퇴근>은 퇴근 무렵의 도회의 하늘과 차량 행렬을 포착하여 “문명에 눈뜬 사막으로/오아시스 찾아 떠나는 낙타의 행렬”이라고 짧게 언술하며 응모작 중 가장 디카시다운 작품이라 보였지만, 작위성이 없지 않아 보이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정원철의 <질주>는 안개로 끊어진 듯한 남해대교를 질주하는 버스가 위태롭게 보이는 영상에 “여보세요? 119죠/여기 남해대교인데요./다리가 끊어졌는데 버스가 달려가고 있어요/빨리 와주세요./“Bus stop!”“이라고 언술한다. 아름다운 영상과 패러독스한 언술의 결합이 선선함에도 시적 의미 확장이 미흡했다.
강영식의 <망부석>을 제1회 오장환 디카시 신인문학상으로 선정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천년의 이끼로 덮여서 바다로 향한 망부석을 포착하고 “다시 천 년을 기다리면/당신 오실지 몰라//다시 천 년을 기도하면/번쩍 눈이 떠질지 몰라”라고 언술한다. 디카시는 영상과 문자가 한 덩어리로 시가 되는 디지털 시대의 최적의 시적 양식이다. 영상을 제외시켜 문자 언술만 보면 그건 시가 아니지만 영상과 하나의 텍스트가 될 때 비로소 디카시가 된다. 강영식의 디카시 <망부석>이 그렇다. 문자만으로 볼 때는 일반적 진술에 불과하지만 영상과 한 몸이 되어 읽을 때는 그 울림이 웅장하고 깊다. 천 년의 기다림을 넘어 천 년의 기도를 더함으로써 망부석의 관습적 상징도 극복한다. 강영식의 나머지 두 작품도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음을 밝혀둔다.
예심 : 최광임(시인, 계간《디카시》주간)
본심 : 김왕노(시인, 계간《시와 경계》주간)
이상옥(시인, 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
* 제1회 오장환 디카시 신인문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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