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황순원문학제 제3회 디카시공모전 당선작 1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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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em 댓글 0건 조회 71,410회 작성일 19-08-22 23:16본문
대상
엉킨 힘
엉키는 것들도 힘이 된다고
지지직거리며 흘러가는 전파
저 어지러운 전선들 속엔
수많은 웃음의 채널이 있다
최우수1
잎사귀
초록으로 물들어 있는 거야
길 잃은 밤들도 쉬어가는 자리 만들어 주는 거야
서로 다른 보폭으로 그늘을 만드는 거야
가끔은 작은 집이 되어 햇살에 환하게 출렁이는 거야
최우수 2
수다
아침부터 수다가 시작됐다
물 위에 동동
입마를 걱정은 없겠지만
누가 제일 떠드는 지
입 모양만 봐도 알겠다
가작1
동행
평생 밥을 먹여준 오른손이
국물을 흘리고 반찬을 떨어뜨릴 때
그동안 수고해줘서 고마웠다며
따뜻하게 부축해주는 왼손
가작 3
팔레트
그래, 소나기 내리던 날
내 맘에 팔레트 하나 있었고
나는 물었다. 누가 그린 세상입니까
붉게 흐르는 누구의 눈물입니까
쪽빛으로 번지는 하늘은 누구의 저녁입니까
가작 4
잠자리의 기도
하늘 속은 너무 깊고 적막 해
잡은 것이라고는
짚고 있는 썩어빠진 나무가지 하나
바람이 불어 파르르 떨릴 때마다
기도할 수 밖에
가작 5
새가 되고 싶어요
물새로 날아가고 싶은 저 꽃들
꽃잎을 모아 모아서
물새의 부리로 피어나는 저녁
가슴 한쪽에 접힌 날개 다시 펴면
하얀 깃털로 강물 위를 날아갑니다
입선1
나무
땅의 심장에서 자란
실핏줄.
콩콩콩
지구의 심박 소리가
하늘을 가득 메운다
입선 2
너와 나
자꾸 찌르고 상처 주지 마
목 조르면 숨 제대로 쉴 수 없잖아
그래, 티격태격 사는 거지 뭐!
입선 3
삶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어
잠시 쉬는 거지
보는 것만큼 힘들어
벌떡 일어 설 거야
입선 4
우주
꿈꾸어 온 하늘나라가
하늘에만 있는 줄 알았다.
은하수가 흐르고
별들이 노래하는...
문득 강물 속에도 있었다
입선 5
바나나
낯선 타국으로 시집와서
자식까지 낳고
비바람에 곪아터져도
환하게 웃으며 말을 건네는
입선 6
어깨동무
서로 가는 방향 달라도
함께 어울려 무늬 만든다
단단한 어깨동무
거북등보다 오래 견딜 혼불
입선 8
그리움의 색
옛 추억 뭉근히 데운 자리
눌어붙은 그리움만 남았다
저 우에 누구도
그리움만 남아서
이리도 눈시울 붉히나 보다
입선 9
구멍
사랑해
그래도 사랑해~
그렇지만 사랑해 . . .
하지 못한 고백으로
뿌리 깊은 구멍을 가진 나무가 있었다
입선 10
퇴출
아직은 아냐
나의 붉은 심장이
뛰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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