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경남고성 국제 한글디카시공모전 심사평 및 수상작 1(대상~장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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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em 댓글 0건 조회 75,964회 작성일 19-06-07 09:48본문
심사평
오홍진/문학평론가
디카시는 사진이미지가 없으면 성립될 수 없는 장르입니다. 마찬가지로 디카시는 언어표현이 없어도 성립될 수 없습니다. 디카시는 사진이미지와 언어표현이 절묘하게 만나야 하나의 작품미학으로 승화될 수 있습니다. 사진이미지는 시인이 일상에서 순간적으로 발견한 이미지를 말합니다. 시인은 길을 거닐다 순간적으로 눈에 들어온 광경(!)을 사진이미지로 담습니다. 디카시는 날이미지를 담은 사진이미지에 언어표현을 입히는 과정을 거치며 창작되는 셈입니다. 이를 선정 기준으로 해서 ‘제2회 경남고성 국제 한글디카시공모전’에 제출된 작품들 중에서 「아내」와 「몽돌」을 최종심에 올렸습니다. 두 작품 모두 사진이미지와 언어표현을 예사롭지 않은 솜씨로 묶어내는 힘이 있습니다.
「아내」는 꽃과 잎의 관계를 아내와 남편의 관계에 비유하여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남편과 아내의 사랑을 담고 있습니다. 사진이미지에 담긴 사물을 비유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이 좋아 보였습니다. 「몽돌」은 이가 빠져 입술이 입안으로 말려들어간 할아버지 얼굴을 사진이미지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입술이 안으로 말려들어간 둥그스름한 입으로 어떻게 거친 말 각진 말을 할 수 있을까요? 할아버지 입속에 사는 파도(이빨이 아니라!)가 거친 말 각진 말을 궁굴려 모서리가 없는 말=몽돌을 만들어냈다는 시적 발상이 참으로 돋보입니다. 이가 빠진 할아버지의 둥근 입에서 모서리가 없는 말을 떠올리고, 그 말을 매끈한 몽돌의 이미지로 표현하는 힘도 높이 평가되었습니다. 시적 사물을 철학적 맥락으로 끌어올리는 힘 또한 「아내」보다는 「몽돌」에서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이에 대상 수상작으로 「몽돌」을 올리기로 결정했습니다. 대상과 최우수상을 수상한 두 분과, 우수상, 장려상, 입상을 받은 분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합니다.
예심 : 고경숙, 리호
본심 : 오홍진
대상
몽돌 / 오병기(성남)
할아버지 입 속에는 이빨 대신 파도가 사나보다
거친 말 각진 말
얼마나 궁굴렸는지 모서리가 하나도 없다
**
최우수
아내 / 이종섭(고양)
힘들고 지칠 때마다
나에게 기대는 아내
붉어진 얼굴로 눈물 흘리며
오래 아파하는 날은
내 푸른 어깨가 더욱 넓어집니다
**
우수2
아버지의 지문 / 최연심(울산)
다 퍼주고
마침내 말라버린
샘
**
장려 2
돌아올 수 없는 소년 /왕정( 중국 산동성 제남대학교)
그때 , 아무 근심이나 걱정이 없는 소년
이제 ,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된 네 아빠
세월 , 좀 천천히 흘러가면 안 될까?
아빠 , 좀 천천히 늙어가면 안 될까?
장려 3
신발 / 박봉철(부산)
어제를 부려놓은,
누적된 과로와 에둘러진 한숨
먼 궤도에 꽂아두고 헐거운 쪽배로
기울기를 짚어온
골 깊은 아비의 축축한 동굴
장려 4
아이러니 /권현숙(구미)
구멍난 양심
이기(利己)로 촘촘히 날을 세운 당신에게
꽃방석이 웬 말!
장려5
절규 / 최경숙(통영)
오월, 곤두박질하고
눈물 꽃바닥 흥건하다
거짓 활개 치고
가슴 찍은 낙관 붉다
장려6
요양병원 / 백순금(고성군)
혈육을 짜내 자식을 길러내신
아버지의 발등에 햇볕이 내립니다
골골이 패인 핏줄까지 빨아먹고
발톱마저 부러뜨린 마지막 울음을
장려7
곰/김은순(청주)
옥수수 한입 먹은 죄로 쓸개를 내어 주었다
쓸개 없이도 덤불숲의 영원으로 살고자 했다
그냥 폐허로 살아도 한됫박 볕이면 기분이 좋았다
그런 날이면 새 털이 나고 발바닥 힘줄이 돋았다
장려8
차이 /홍영수(부천)
농익어 고개 숙인 자와
설익어 머리 드는 길손
장려9
받아쓰기 /신주연(부산, 부경대4)
여섯 살 손녀는 꼬부랑 할매의 한글 선생님
지팡이를 연필 삼아 바닥에 적어볼까요?
사랑, 그리움, 어제는 항상 쓰기 어려운데
잠시 호흡 고른 후 긴 문장을 연습할 차례
‘어제, 그리운 사랑을 생각했습니다’
장려10
꽃이 사는 집 / 양현주(서울)
꽃자리가 하얗다
흙수저로 태어나 바람마저 짊어지고
붉게 살다
먼저 간 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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