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제4회 황순원 디카시공모전 수상작 1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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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em 댓글 0건 조회 57,308회 작성일 20-08-10 02:41본문
2020 제4회 황순원 디카시공모전
수상작 18편
대상
달꽃 피다
넝쿨을 아무리 올려도
가닿을 수 없어
하수오는
꽃으로 닿으려고
달꽂을 피우다
- 정수경(시흥시)
최우수1
의자
그래,
너희도 쉬어야겠지
그늘로
들어앉으렴
-황금모(화성시)
최우수2
업
입만 있는 것이
입 없는 것을 물고 있다
살아본 적 없는 것이
살다 온 것을 꽉 물고 있다
두 업이 한 줄에서 만나고 있다
-김성백(서울)
가작1
나비소녀
복도에서는
뛰지 않아요
사뿐사뿐 춤추며
날아다녀요
나는 1학년
-김종순(용인시)
가작2
저녁 안부
피안의 족자섬에 평안히 깃드신 아버지!
오늘도 새들과 함께 잘 지내셨는지요.
회한과 그리움 실은 배는 돛을 잃은 채
저녁마다 강을 건너는 새들이 부러워
물 속처럼 깊은 한숨만 짓습니다.
-최소진(양평군)
가작 3
데칼코마니
당신의 마음은 어디에 있나요?
산이 물었다
당신의 마음은 몇 겹인가요?
강이 물었다
쉿, 지금 우린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는 중입니다
-이만영(고양시)
가작4
반 내림 음표
늦도록 허름한 찻집은 문을 열지 않았다
여자는 쪼그리고 앉아 식은 밥덩이를 찬 물에 말았다
찬이 필요하지 않은 밥상 같은 나이
웃음이 무채색인 것은 남아 있는 불씨가 없다는 것
우산 없이 빗길을 걷는 것
-김윤아(서울)
가작5
공익광고
살면서 올가미에 한 번쯤 엮여보지 않은 인생 있던가요?
범죄신고는 112
-강선수(김포시)
입선1
소년의 마음
애타는 마음을 어떻게 전하지
손으로 휘저어 물결로 전할까
조약돌 주워서 몰래 던져볼까
냇물은 쉼없이 흘러만 가는데.
-이현우(부산시)
입선2
질주
-여기 남해대교인데요.
-다리가 끊겼는데 버스가 달려가고 있어요
-빨리 와주세요.
-“Bus stop!”
-정원철(김해시)
입선3
그들만의 이야기
꽃들아 풀들아 지금 얘기하렴
30년 후엔 커다랗게 자라난 내가
너희들의 언어를
잊을지도 몰라
-이엘(고양시)
입선4
샹들리에
사나흘 왈츠곡 연주되겠다.
무도회 끝나면 벗겨진 고무신들
함부로 뒤엉켜 나뒹굴겠다.
-유수경(남원시)
입선5
엄마 마음
어린 날 매 한 대 안대시더니
딸 그림자도 자국 안내려 비켜가는
엄마의 그 마음
-독고명실(부천시)
입선6
꿈꾸는 담쟁이
땅의 맥을 짚어 뿌리내리고
흩어지는 바람길 억척스레 모아
이번 생은,
옹벽 지켜주는 큰 나무로 서자
-홍미애(울산)
입선7
그대에게
심장 뛰는 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습니다
거친 숲을 헤치며
몸 부서지도록 나 그대에게
달려가고 있습니다
-조영진(기장군)
입선8
입영전야
어제까지 택배보조 알바 하던 녀석
군대도 사람 사는 데라며 위로 삼던 녀석
내일 아침까지는 자유라며 흥분하던 녀석
밤새 스테레오사운드로 통화하던 녀석
-박필선(창원시)
입선9
몽키 퍼즐트리
숨은 그림을 찾아보세요
비행기는 잠자리
목이 긴 기린 얼굴과 우주선도 숨어 있네요
몽키 퍼즐트리엔
없는 것이 없답니다
-홍미영(미국)
입선10
그리움
우산 쓰고 나섰지만
이미 다 젖어버린 옛 그리움
외나무다리 건너기도 전에
모래밭에 새기었던 이름 사라져
행여 무지개 뜰까봐 다리 위에 서성입니다
-김정숙(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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