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제7회 오장환 디카시신인문학상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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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1회 작성일 26-07-23 16:28본문
2026 제7회 오장환 디카시신인문학상 |
본심 심사위원 : 강현국, 정유지
본심 심사평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40편 가운데 「하얀 고백」, 「소행성 J-4」, 「3분의 4」, 「산다는 건」, 「올 농사는 어찌하고!」 등 다섯 편을 꼼꼼히 읽었다. 저마다 개성적인 시선과 자기만의 목소리를 지닌 수작들이었다.
「올 농사는 어찌하고!」는 구순 어머니의 죽음을 농경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시적 언술이 돋보였다. 특히 “텃밭에 옮겨심기도 전/하늘 밭 일구러 가버린”이라는 구절에는 어머니의 죽음을 애도하는 마음이 절절하다. 그러나 사진 속 메모의 연출이 작위적이어서, 즉각적으로 포착한 순간의 현장성이 취약했다. 「소행성 J-4」는 해변에 굴러온 둥근 야자열매에 조개껍데기가 붙어 있는 모습을 낯선 천체처럼 포착한 시선이 참신했다. “먼 수평선을 건너온/한 알의 궤적”과 “낯선 은하계의 기호들”이라는 표현도 이미지의 이국성과 잘 어울린다. 그러나 사진에서 이미 충분히 환기되는 우주적 이미지를 시적 언술이 되풀이 설명함으로써, 사진과 언술 사이에서 발생해야 할 새로운 의미의 간극이 모자랐다. 「3분의 4」는 하늘을 가로지르는 구름과 새 떼를 분수의 이미지로 읽어낸 발상이 흥미롭다. “구름이 작성한 분수선”이라는 첫 문장은 사진의 구도를 정확하면서도 낯설게 읽어낸 안정적인 표현이다. 그러나 “네 번 날개를 폈다면/세 번은 접어라 한다”와 ‘워라밸’의 연결이 부자연스러워, ‘3분의 4’가 품고 있는 함축적 의미가 모호했다. 「산다는 건」은 청개구리가 먹잇감을 향해 혀를 내미는 영상에서 삶의 절박함을 읽고 있다. 사진과 시적 언술의 결합도 자연스럽고 전체적인 완성도 또한 높았지만 ‘생존을 위한 분투’라는 주제는 너무 흔한 것이었다.
「하얀 고백」은 보기 드문 수작이었다. 카메라는 염전에서 오삽으로 소금을 그러모으는 한 노동자의 굽은 등을 포착하고 있다. 시인은 그 장면을 단순한 노동의 풍경으로 재현하지 않는다. “해풍에 젖은 시간을/그러모으는 오삽 끝”이라는 구절은 노동자가 모으는 것이 소금만이 아니라 해풍과 햇볕 속에서 견뎌 온 생애의 시간임을 함축한다. 소금밭의 구체적인 풍경이 한 인간의 노동과 세월에 대한 성찰로 확장되는 순간이다. 무엇보다 “등이 굽을수록”과 “한 음절 높이 반짝이는”의 역설과 길항의 대응이 빼어나다. 육신은 고된 노동으로 점점 낮아지고 굽어가지만, 그가 일구어 낸 소금의 목청은 오히려 한 음절씩 높아진다. 희디흰 소금 알갱이를 ‘목청’으로 바꾸어 놓은 감각적 전이는 사진 속 정지된 풍경에 소리와 생명을 불어넣는다. 마지막의 “저 희디흰 목청”은 소금의 색채와 반짝임, 노동자의 말 없는 고백을 하나의 이미지로 환원한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성취는 사진과 시적 언술의 적절한 간극과 내밀한 응축의 절묘함에 있다. 사진은 굽은 육체와 노동의 현장을 보여주고, 시적 언술은 그 이면에 쌓인 시간과 삶의 존엄을 들려준다. 구체적인 한 장면을 보편적인 노동의 서사로 확장시키는 상상력이 놀랍다. 심사위원들은 「하얀 고백」을 대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기꺼이 동의했다. 수상자에게 박수를, 모든 응모자에게 격려를 보낸다.
강현국 : 시인, 문학박사, 《시와반시》 주간, 디카시집 《꽃 피는 그리움》, 《내가 만난 사막여우》 외
정유지 : 문학박사, 디카시 평론가, 제63회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시조 당선(91), 《시와 편견》 디카시 평론 당선(24), 부산디카시인협회 회장, 계간 《한국디카시》 발행인, 한국시조문학진흥회 5대 이사장, 세계문인협회 초대 부이사장, 경남정보대학교 14대 평생교육원장, 디카시집 『페이스메이커』, 시집 『국제시장 재봉사』 등 7권, 현재 경남정보대학교 디지털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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