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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미디어의 이해>(김주환)...

작성일 12-05-22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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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차민기 조회 22,49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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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환, <디지털 미디어의 이해>

(생각의나무, 2008)


  이 책을 소개하기 전에 이 책을 쓴 이의 낱낱을 살피는 일이 필요할 것같다. 글쓴이는 서울대 정치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펜실베니아 대학교에서는 커뮤니케이션학으로 석,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뒤 이탈리아로 건너가 볼로냐 대학에서 움베르토 에코로부터 기호학을 배운 뒤,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보스턴 대학교의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로 일했다.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미술평론’으로 등단한 이력도 눈에 띈다. 이제 마흔 후반의 생을 살면서 이 사람은 참 부지런을 떨었다는 생각에 절로 부끄러움이 저려온다.

  이 책엔 글쓴이가 미국과 이탈리아로 건너다니던 젊은 날의 부지런했던 배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모두 네 개의 장으로 나뉜 그리 많지 않은 분량임에도 ‘미디어와 기호’에 대한 전통적 정의에서부터 ‘월드와이드웹’의 기호에 이르기까지를 통시적으로 눌러 앉힌 해박함이 돋보인다. 

 
제1장 <미디어와 기호>에서는 전통 기호학에서 이루어졌던 ‘기호’에 대한 정의들을 알기 쉬운 예들로 설명하고 있다. 1장을 샅샅이 따져 읽다보면, 다양한 기호들을 만들어내는 현대의 디지털 미디어 문화에 대한 접근법을 전통 기호학에서도 찾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제2장 <기호생산이론과 디지털 혁명의 기원>에서는, 그가 이탈리아 유학 시절 움베르토 에코 교수로부터 인정받았던 ‘기호생산의 삼중삼각형 이론’을 상품생산이나 미술작품에 빗대어 설명한다. 그의 이론은 맑스의 경제구조론에 기반을 둔 것이긴 하지만 그보다 더 세심한 눈길로 생산과 소비 계급 간의 상호성을 살피고 있다. ‘디카시’에 대한 이론적 바탕을 마련해가는 길에 그가 본문에 따옮겨 놓은 맑스의 생각 한 편이 눈길을 끌어 옮겨 본다.


“상품은 스스로 시장에 갈 수 없다. 보호자와 소유자(guardians and owners)를 찾아야 한다.……물적 존재들이 서로 상품으로서의 관계를 맺으려면 상품소유자들이 자신의 의지를 이 물적 존재에 담아 서로 상대해야 한다. ……상품들이 교환될 수 있는 것은 그것들을 서로 양도하려는 소유자들의 상호욕망(mutual desire)에 의해서이다.”(70쪽)


이를 ‘디카시’를 위해 각색한다면 어떻게 될까?


“사물의 의미는 스스로 인간에게 가 닿을 수 없다. 해석자(전달자)와 수용자(독자)를 찾아야 한다. ……물적 존재들(사물-인간)이 서로 의미적 존재로서의 관계를 맺으려면 해석자의 의지(대상의 의미를 포착하는)가 대상을 향해 있어야 한다. 하나의 사물이나 풍경이 시적 대상으로 수용될 수 있는 것은 그것을 전달하려는 전달자(시인)와, 또 그것을 수용하려는 독자들 간의 상호욕망 때문이다.”


  '디카시'에 무게중심을 놓은 나머지 이러한 각색이 원작에서 너무 멀어져버린 건 아닌지 조심스레 읽고 또 읽어본다. 그러나 어쨌거나 ‘디카시’의 품과 폭을 선명하게 하기 위한 여러 바탕들 가운데 하나를 전통 사회학에서도 마련할 수 있음을 확인한 셈이다.

 

  제3장, <매체발전의 역사와 디지털 혁명의 의미>는 디지털 문화체에 대한 본격적 담론들이 펼쳐진 장이다. ‘문자의 발명’에서부터 ‘디지털 미디어의 등장’에 이르기까지를 한눈에 담아 보인다. 특히, 이 장의 끝에 매단 ‘디지털 매체의 발전 방향에 대한 전망’들에서 글쓴이는,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세상 자체가 데이터의 입력과 출력을 담당하는 하나의 커다란 인터페이스가 될 것이다”라고 디지털 사회의 앞을 내다보고 있다. 그리고 거쉔펠드의 용어를 빌려 이를 ‘느낄 수 있는 환경’(sensible enviroments)이라고 소개한다. 이런 점에서 ‘디카시’는 이미 미래 사회의 본보기를 내보인 셈이다. ‘디카시’는 사물이, 혹은 자연이 말하는 것을 ‘느끼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디카시에서 디카는 물리적 육체에 매달린 USB 단자처럼 기능한다. 물리적 대상을 디지털 기호로 치환하여 의미를 인코딩, 혹은 디코딩하는 문학. 디카시의 매력이 만만찮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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