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 김영빈
작성일 15-06-2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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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기영 조회 16,708회 댓글 0건본문
언제부턴가 이 세상은 젊음이 진리고 아름다움이고 전부로 치부되는 듯하다. 그런데 자연의 이치는 결코 그렇지가 않다. 나무만 해도 그렇다. 몇 백년 된 노송을 보면,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우람한 나무들은 하나 같이 나름의 형상과 자태로 우러러보인다. 나도 시골집 마당에 10년이 될락말락한 몇 그루의 소나무를 심었지만, 그것들이 언제 아름드리 노송이 될까, 지켜보면서 내 생전에는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라고 생각하니, 참 아쉬운 마음이다. 노송을 한 그루라도 심을 수 있으면, 여름날 그늘에 쉬며 명상에도 잠겨도 보고 등을 기대도 보겠는데. 쉽게 구할 수도 없고, 경비도 엄청 날 터이니. 나무만 그렇지 않다. 돌도 연륜을 견디며 시련이 많을수록 빛난다. 바닷가의 돌들 같은 경우, 바람과 비와 세월을 견디며 윤슬까지 박히다 보면, 진주보다 더 빛나게 보인다.
시인은 여기서, 연륜의 아름다움을 말하는 것이다. 사람도 깊은 연륜 속에서 온갖 풍상을 겪어 주름진 얼굴, 패인 볼, 굽은 어깨를 하고 있는 것, 그게 실상 생의 영화이고 경이로움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인데. 젊음을 잃어 늙어간다고만 여긴다. 나이 들어가는 것이 더 아름답고 영화로워지는 것이라고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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