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유목 - 조영래
작성일 15-07-20 12:25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이기영 조회 14,691회 댓글 0건본문
유목(幼木)
어린
사과나무 가지에
무거운
돌을 매달면
튼실하고
당도 높은 과실이 열린다네
봉제공장
순이 신발공장 금자의 눈물은
동생들
학비에 아버지의 소가 되었지
조영래(1958∼)
공중에 떠 있는 돌덩이의 풍광이 예사롭지 않다. 바람의 보법을 온몸으로 견뎠을 돌의 감정이 소슬하게
전해지는 모년 모월. 계집애가 뭔 공부를 하냐며, 당치도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꿈을 접은 채 단단한 눈물방울 꿰차고 아버지의 소가 되었던
순이랑 금자는 70∼80년대 당시, 나라 경제성장과 가정의 밑거름이 된 이름들이기도 하다.
지금은 도처 자식농사 보란 듯이 지어놓고 차마 못다한 공부에 용기를 내어보기도 하는, 그러니까 꽃눈이
잘 생기도록 어린 나뭇가지의 각도를 잡아주는 저 무게의 힘이야말로 튼실하고 당도 높은 과실이 열리는 까닭이었던 것이다. 가을이 오면 알알이 영근
사과 한 아름으로 이 땅의 그니들에게 안겨주고 싶어지는, 가슴께 묵직한 오후다.
/천융희·<<시와경계>> 편집장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