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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홍시 - 이호준

작성일 15-05-20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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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기영 조회 16,90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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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조등(弔燈)이 내걸리는 풍경이 사라져 버렸다. 아파트 위주의 주거환경과 무관하지 않으리라. 골목 끝에 조등이 내걸리는 밤이면, 그 골목 안에서 울컥울컥 곡성이 터지던 날들이면 도회지의 이웃들조차 서로서로 목소리를 낮추고 발걸음을 조심하곤 했었다. 서로 모르는 사람이었을지라도 떠나는 목숨 앞에 산 자들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문이었다. 그래서 조등 하나씩 피고 질 때마다 산 사람들끼리 낯을 익히며 서로의 이름을 알아가던, 조등만큼이나 아름다운 날들이 있었다. 이제 조등을 내걸 만한 골목마저 사라진 자리, 곡성을 꾹꾹 속울음으로 삼키는 유족과 마지막 숨을 이승에 놓고 떠나는 이들이 더욱 외로워 보이는 세상이다.

 

- 차민기/ 창신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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