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시간이 도착하는 곳 - 조혜경
작성일 15-07-27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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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기영 조회 24,128회 댓글 0건본문
지나고 나면 모든 시간은 쏜살같다. 화살이야 목적한 과녁을 향해 날아가는 것이라지만 사람의 시간이야 어디 그런가. 때로는 모든 시간이 당신을 향해 있고 당신을 위해 쓰겠노라던 영원의 맹세도 저 쏜살같은 형상으로만 남기도 하지 않던가. 하여, 부질없음과 영원 사이에서 방황하는 일 또한 사람의 숙명인 것이어서 사는 일이란 늘 지나가고 지나가는 일인 것이다. 내 마음과 달리 당신이 나를 지나가거나 내가 당신의 삶을 지나가거나 수없이 많은 나와 수없이 많은 당신이 저 팽팽한 시간을 잡고 흘러오고 흘러가는 것이다.
시인은 그 지점을 ‘초록역’이라 하겠단다. 역처럼 잠시 교차했던 나와 당신의 지나간 시간, 우리 삶의 교차점을 ‘초록역’이라 써두겠단다. 나 홀로 돌아가 도착할 막다른 시간에 이른다 하여도 초록역이 있어, 무럭무럭 우거지고 있는 역이 있어 우리의 삶은 현재 진행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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