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디카시작품상 수상작
작성일 19-05-31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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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제12회 경남고성 국제 디카시페스티벌
제5회 디카시 작품상 수상작
나비의 꿈
꽃밭의 바깥에서
나를 만난다
꽃이라는 감옥으로 돌아가지 않으리
- 이운진 시인
경남 거창 출생, 1995년 『시문학』 등단, 시집 『타로 카드를 그리는 밤』 외,
에세이집 『시인을 만나다』 『고흐씨, 시 읽어 줄까요』,
청소년도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질 너에게』가 있음.
<수상소감>
불과 수십여 년 전이지만 제가 어린 시절에는 사진은 무척 귀한 것이었습니다. 특별한 날에 특별한 모습으로 긴장하며 찍는 것이었으니까요. 사진을 대하는 마음 역시 지금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나 쉽게 찍고 자신만의 많은 기록을 남기는 때가 되었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매일매일 찍는 수많은 사진들 중에서 유독 마음에 오래 남는 사진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사진을 찍는 순간에 그 풍경 혹은 장면에 동화되었거나 몰입되었던 것들입니다. 그런 사진들에는 먼 훗날에도 느낄 수 있는 마음이 실리고 남기고 싶은 짧은 글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나비의 꿈>은 예기치 않은 곳에서 만난 제 마음 속 이야기였고, 아픈 갈망이었습니다. 나비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정확히 확인하지 못했을 수도 있는 마음을 사진 한 장과 석 줄의 글로 고백을 하고 만 것입니다.
장미 울타리가 붉어지는 봄밤, 뜻밖의 기쁜 소식을 받고 오래 전에 찍은 사진과 짧은 글을 다시 가만히 들여다보았습니다. 작고 가벼운 나비의 날개에 꿈을 얹고 건너가보고 싶은 세상도 생각했습니다. 누구든 익숙한 일상의 어느 한 찰나, 어느 한 징표를 발견해 내는 눈은 얼마나 아름운지도 새롭게 생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어쩌면 오늘 이 선물은 세상의 모퉁이에 서 있는 제게 조금 더 용기를 내라는 격려라고 믿고 싶습니다.
깊은 눈으로 작품을 읽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과 디카시의 발전을 위해 애쓰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심사평>
절묘한 조합, 절제된 상상력
제5회 디카시작품상 심사에 있어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모두 18편이었다. 이 가운데 수상작 1편을 선정하는 심사여서, 그리고 예심 통과 작품들의 수준이 만만치 않아서, 경합이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그 가운데는 이미 디카시로 널리 이름을 얻은 분의 시도 있고 또 일반 시로도 충분히 자기세계를 이룬 분의 시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디카시에 대한 문단의 관심과 창작 기량의 성숙을 엿볼 수 있어 흔연한 후감이었다.
심사위원 두 사람은 수상작의 선정에 있어 디카시 본연의 의의를 중시했고, 그 이외의 부수적 상황은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 점에서 강렬하면서도 의미 깊은 영상, 영상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도 절제된 시적 언어의 조합을 주목했다. 영상이 참신하거나 놀랍고, 시적 언어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살아 있는 디카시를 찾았다. 수상작으로 결정된 이운진의 「나비의 꿈」은, 이를테면 이와 같은 디카시의 필요충분조건을 잘 갖추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시인은 차갑고 어둡고 매끄러운 대리석 무늬, 그 무늬에 나타난 강고한 바위의 상단에 그림처럼 내려앉은 호랑나비 한 마리를 포착했다. 어쩌면 전광석화의 순간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더 빛나는 것은 탈일상적 상상력으로 여기에 결부한, ‘촌철살인’의 기를 발산하는 세 행의 짧은 시적 언어다. 시인의 나비는 ‘나비와 꽃’의 일상적인 의미 범주를 과감히 훼파하고, 전혀 새로운 내면의 심상을 열어 보인다.
다수의 창작자가 설명이 부연되는 언어를 반복하고 있는 터에 비교적 젊은 시인이 이처럼 산뜻하고 축약된 영상과 상상력을 붙들 수 있었음을 상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디카시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열려 있음을 말해주는 일이기도 하다. 수상자에게 마음으로부터 축하를 드리며 앞으로 정말 좋은 디카시의 창작자로 모범사례가 되었으면 한다. 아울러 아쉽게 선정되지 못한 분들에게 다음 기회의 분발을 기대해 마지않는다.
심사위원 예심 : 김혜영, 윤진화
본심 : 김종회, 이상옥
심사위원 약력
* 예심 심사위원 : 김혜영, 윤진화
- 김혜영 : 시인, 1997년 《현대시》 등단. 시집 『프로이트를 읽는 오전』 외.
- 윤진화 : 시인, 2005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우리의 야생소녀>
* 본심 심사위원 : 김종회, 이상옥
- 김종회 : 문학평론가,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 촌장, 토지학회 회장, 한국디카시연구소 상임고문.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한국문학평론가협회 회장 역임.
- 이상옥 : 시인, 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
창신대 문예창작과 교수, 중국 정주경공업대 교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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