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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문예이론

(책)<디지털 시대의 문화 예술>...(최혜실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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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차민기 댓글 0건 조회 582회 작성일 12-04-14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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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실 엮음, <디지털 시대의 문화 예술

-통합의 가능성을 꿈꾸는 KAIST 사람들>

(문학과지성사, 1999) 

  10여 년 전, KAIST에서는 문화 예술과 이공학의 접목을 통해 정보화 사회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고자 했다. 이 책은 이러한 패러다임의 첫 발걸음이자 첫 결과물이다.
  디지털 미디어의 등장으로 매체와, 정보수신의 채널이 다양해지고, 전달망이 통합되어가는 시점에서, 일찍이 KAIST 교수들은 다양해지는 매체에 어울리는 가변적 텍스트에 주목한 셈이다. 그리하여 그들의 이공학적 하드웨어를 충족시킬 만한 텍스트들을 문화 예술에서 찾고자 했다.
  1부 1장, '디지털 문화 시대'에서는 미디어의 변화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그 변화의 의미와 한계가 무엇인가를 알기 쉽게 풀었다.
 2부는 정보 기술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를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2부의 제1장, '디지털 정보 시대와 인간' 디지털 기술로 인해 정보의 양과 질에 생겨난 변화를 고찰하면서, 그것이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를 균형잡힌 시선으로 전망해 보인다. 오늘날의 나날살이를 곰곰이 헤아려보면, 10여 년 전, 공학박사들의 미래 예견이 이렇게 정확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숨길 수 없다.
 
  3부에서 '디지털 문화의 공급 사슬 관리(박상찬)'가 눈길을 끈다. 오래도록 논쟁의 한 대상이 되어 온 '순수/대중'의 이분법적 구분을 벗어나, 이제 예술은 당당하게 '수요/공급'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되어야 함을 힘주어 말하는 글이다. 다시 말하면, 디지털 시대의 문화 예술은 대중에게 인기 있는 방향을 예측하고 그것을 어떻게 수요자의 입맛에 맞게 공급할 것인가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4부를 요약하자면, '디지털 시대는 예술가의 죽음이 도래한 시기'라는 표현으로 압축된다. 보드리야르가 힘주어 말한 바 있는 '아우라의 붕괴'는 엄연히 원본과 모사품의 경계를 인식하는 것이었다면, 디지털 시대의 예술은 그 경계 자체가 사라지고 만다는 것이다. 모사품이 원본이 되고, 인공이 현실이 되는 시뮬라르크의 현실이 도래할 것이라는 것이 4부의 핵심 내용이다. 그러고보면 최근, 스마트폰을 활용한 '증강현실(디지털 기기를 통한 가상과 현실의 접목)'은 이러한 경계 허물기의 뚜렷한 본보기라 하겠다. 어쨌든 글쓴이는 이러한 신기술의 실현으로 인해 예술가의 창조적 재능은 기술에 밀리고 말 것이라는 것을 여러 곳에서 내보이고 있다. "예술가들은 이 새로운 미디어를 실험하면서 자신의 죽음을 향하여 한발 한발 나아가는 셈"이고, 결국 창조자로서의 예술가라는 종래의 패러다임은 이 시대에 이르러 바뀔 수밖에 없다는 게 글쓴이의 생각이다. 새로운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예술가의 역할', 혹은 '예술가의 능력'을 반성적으로 고민해 보아야 할 대목이다.
 
  이 글을 엮은 최혜실 교수(경희대 국문학과)는 KAIST 재직 시절, 그곳에서의 문화적 충격을 이 책 안에 고스란이 담았다. 서울대에서 정통 서사학을 공부한 그가 이후 '디지털 매체'와 그에 따른 패러다임 연구로 학문의 방향을 튼 것은 그만큼 KAIST에서의 문화 충격이 컸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의 선행적 연구 이후, 한국문학은 매체변화에 따른 텍스트 개발에 온힘을 모아갔고 '돈 안 되는 국문학과'와 '문예창작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뱃속처럼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그 뱃속에서 하나씩 여물어 나오는 것이 '스토리텔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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