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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담쟁이 / 김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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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기영 댓글 0건 조회 14,374회 작성일 15-06-2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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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신념이나 의지라는 것이 이성을 지닌 인간에게만 존재하는 특장이 아닌가 한다. 벽을 타고 올라 겨울에도 그 자태를 잃지 않고 푸르름을 보이는 담쟁이에게서 인간의 신념과 의지를 본다. 겨울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단풍 지는 것도, 낙엽 지는 것도 거부하고 시퍼렇게 눈을 뜨고 있는 저 담쟁이는 ‘너’를 끝까지 기다리겠다는 신념과 의지의 표상이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식물은 봄에 움이 트고 여름에 무성해졌다가 가을 단풍을 거쳐 겨울이면 낙엽 져서 앙상한 줄기만 남기거나 아예 죽은 듯 모든 잎들을 떨구다가 다시 봄을 기다리는 것일진대, 저 담쟁이는 생로병사라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듯 겨울에도 저렇듯 푸르러 있으니 무슨 까닭이 있는 것 같지 않은가. 해서 시인은 담쟁이를 의인화하여 인간의 신념과 의지를 부여한 것이다.

 

 

 

어쩌면 이 담쟁이가 표상하는 신념과 의지는 망부석 설화만큼이나 처절하게 여겨진다. 절개 굳은 여인이 무슨 연유로 외지를 나간 남편을 고개나 산마루에서 기다리다, 기다리다 끝내 만나지 못하고 죽어 돌이 됐다는 망부석 설화도 결국 신념과 의지가 극대화한 것일 테니까. 담쟁이 이미지에서 느닷없이 망부석 설화가 연상되는 것은 이 디카시의 화자가 여성으로 읽혀지는 것과 무관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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