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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방대 / 김영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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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기영 댓글 0건 조회 13,363회 작성일 15-06-2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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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눈 속에 핀 꽃이다. 겨울은 죽음을 상징한다. 봄이 소생이라면 겨울은 사멸이 분명하다. 겨울에 저렇듯 선명한 꽃이라니. 생전 외할아버지가 피우시던 곰방대처럼 길쭉한 줄기에 핀 꽃. 오래전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가 이 겨울에도 담배를 달게 피우시는지, 불씨가 살아 타 들어간다. 외할아버지의 삶을 생각한다. 화자는 외할아버지처럼 답답할 때 한번쯤 외할아버지처럼 곰방대로 담배를 피워보고 싶다. 외할아버지는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한국전쟁을 겪고 폐허를 건너며 사셨을 힘겨운 세대다. 지금 겨울의 한 복판이다. 그만큼 봄이 가까운 것이다.

 

 

 

외할아버지 세대는 겨울 속에서도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견디고 또 견디며 애써 봄의 불씨를 켜려 했을 터이다. 겨울 속에 핀 꽃을 보면서 앞 선 세대들의 인고의 세월을 떠올려보지 않을 수 없다. 어느 시대나 힘겹지 않은 때가 있었으랴마는 특히 우리 앞의 세대의 고난과 힘겨움은 형언하기 힘들 것이다. 오늘의 우리 사회는 전 시대와는 또 다른 위기상황이 드러나고 있다. 폐허를 딛고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성취했다고들 하나, 뜻 있는 이들은 지금 우리 사회는 구한말의 혼란상과 같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를 낸다. 여전히 대한민국은 겨울의 한 복판이다. 곰방대로 봄의 불씨를 피워보고 싶은 것은 어디 화자만의 마음이겠는가. 이 위기상황도 잘 극복하여 다음 세대에게는 더 나은 조국을 물려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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