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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유목 - 조영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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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기영 댓글 0건 조회 578회 작성일 15-07-20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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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목(幼木)

 

어린 사과나무 가지에
무거운 돌을 매달면
튼실하고 당도 높은 과실이 열린다네

 


봉제공장 순이 신발공장 금자의 눈물은
동생들 학비에 아버지의 소가 되었지

 

 


조영래(1958∼)


공중에 떠 있는 돌덩이의 풍광이 예사롭지 않다. 바람의 보법을 온몸으로 견뎠을 돌의 감정이 소슬하게 전해지는 모년 모월. 계집애가 뭔 공부를 하냐며, 당치도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꿈을 접은 채 단단한 눈물방울 꿰차고 아버지의 소가 되었던 순이랑 금자는 70∼80년대 당시, 나라 경제성장과 가정의 밑거름이 된 이름들이기도 하다.

지금은 도처 자식농사 보란 듯이 지어놓고 차마 못다한 공부에 용기를 내어보기도 하는, 그러니까 꽃눈이 잘 생기도록 어린 나뭇가지의 각도를 잡아주는 저 무게의 힘이야말로 튼실하고 당도 높은 과실이 열리는 까닭이었던 것이다. 가을이 오면 알알이 영근 사과 한 아름으로 이 땅의 그니들에게 안겨주고 싶어지는, 가슴께 묵직한 오후다.

 

 /천융희·<<시와경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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