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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막내 - 천융희

작성일 15-05-20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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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기영 조회 14,57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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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의 모든 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것은 ‘생각’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 그 능력이 마모되어 관계가 지워지고 있는 노모가 있다. 담쟁이 넝쿨 사이로 듬성듬성 보이는 벽처럼 하얗게 생각이 비어서는 관계 사이에서 버석거리는 노모가 있다. 저 줄기의 물관을 붙들고 하나둘 틔운 잎처럼 남은 것이라고는 ‘막내’라는 이름의 기억뿐이다. 곧, 저 높고 단단한 벽에는 기적처럼 새잎이 돋아날 것이나 담쟁이 넝쿨 같은 모양을 한 노모의 뇌 속 봄은 소생의 기미조차 없이 사멸해 가는 중이다. 지금쯤 노모는 ‘막내’라는 이름마저 지워가고 있을지 모르는 속수무책의 봄이다.

 - 최광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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